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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3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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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등학교 생물 수업 수행평가 과제로 이 책을 처음 읽었다. 부끄럽게도 학창시절에는 시험을 위한 독서 말고는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은 10대 시절에 완독한 몇 권 안 되는 책으로 남아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글들은 보통 책의 일부를 발췌한 짧은 조각들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챕터 중 하나인 ‘황소개구리와 우리말’이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었기에, 나는 국어 과목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엮어서 독후감을 쓰고 점수를 꽤 잘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인지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이 책의 내용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과제가 아니었다면 펼치지 않았을 책이지만, 덮고 나서는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남았다. 내가 아끼는 것들 바깥에 얼마나 많은 존재들이 있는지를 처음으로 실감했던 것 같다.

지금은 시험이나 수행평가 같은 강제성은 없지만, 문득 이 책이 다시 읽고 싶어졌다.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는 인간이 지구를 지배한 생물이 되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인간은 본질적으로 젖먹이 동물, 즉 포유류 중 하나임을 잊어서도 안 될 것이다. 지구의 역사를 12시간으로 보았을 때, 인간은 11시 59분 이후에야 등장한 찰나의 지배자다. 그 찰나의 시간 동안 지구 생태계를 얼마나 파괴적으로 바꾸었는지 생각하면, 짧았지만 굵게 살다간 소란스러운 종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라는 말은 과연 어떤 뜻일까. 세상 만물을 사랑해보라는 맹목적인 박애주의를 말하는 것일까.

나는 그 말속에서 겸손함을 보았다.

유일하게 신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되었다는 인간을 두고 포유류라 부르는 것이 감히 인간의 존엄성을 격하하고 모욕하는 것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인간이 등장하기 이전에 이 땅의 주인이었던 선배 생명체들을 격하하고 모독하는 일일 것이다. 선배 생명체들을 향해 예를 갖추는 것이 현 시대의 짧은 지배자로서 오히려 더 품격 있는 모습일 것이다.


일벌이 입으로 발화하고 귀로 신호를 해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언어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일벌은 춤으로 의사소통한다.

수학 기호를 써서 계산하지 않는다고 해서 매미가 수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굼벵이는 13년, 17년에만 매미로 변하는데, 이 숫자는 수학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소수(Prime Number)다.

개미가 투표함에 종이를 넣지 않는다고 해서 정치 체계가 없는 것이 아니다. 개미도 그 나름의 민주주의 체계가 있다.

갈매기가 법정에서 이혼 소송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족 체계가 없는 것이 아니다. 갈매기는 인간보다 엄격하게 일부일처제를 따르지만, 자녀 교육에 문제가 생기면 이혼을 한다.

인간의 기준으로 재단했을 때 부재해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다른 방식으로 존재했을 뿐이다.


이렇듯 인간의 눈이 아닌, 지구에 잠깐 살다 가는 한 생명체의 눈으로 바라보면 생명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 이 지구를 스쳐 가는 모든 생명체는 고귀하고, 자세히 살펴보면 사랑받기에 충분한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인간을 포유류로 부르는 것은 인간을 격하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고귀하고 똑똑한 인간과 미개한 생명체들로 나누는 오만한 이분법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이 커다란 땅에 잠깐 살다 지나가는 생명체 중 하나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너도, 나도, 하늘을 나는 새도, 꽃잎 끝에 앉은 나비도, 우리 모두 다 아름답다. 이를 깨달으면 계절에 맞게 핀 꽃 한 송이부터,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길 위의 개미 한 마리까지, 문득 궁금해질지 모른다.

알면 사랑한다. 서로 사랑하는 것이 이 지구에 끼친 민폐를 속죄하며, 선배 생명체들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 뒤에 이 땅을 쓸 후배 생명체들에게도 존경받는 선배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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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bitch가 되고 싶은 마시마로 2026. 05. 31. 23:27

    하하하! 나도 아름답다!

  • 답장 고민하다 관둔 애벌레 2026. 06. 04. 13:44

    맞아요 인간 외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들을 알아가면서 겸손함을 배울 수 있었던 책인 것 같습니다ㅎㅎ 인간만큼 다른 종을 폄하하는 오만한 종이 없으니 더더욱.. 그러고보면 사랑이라는 행위 자체가 겸손을 배워야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생명을 사랑하려면 자기만을 사랑하는 오만함을 버려야만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