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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

책장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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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따지자면 나는 얼리어답터다. 내가 대학 진학할 때 컴퓨터 공학을 택한 이유도, 개발자나 컴퓨터 엔지니어가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몰랐음에도 단지 전자제품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날로그를 벗어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바로 책이다.

급격히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종이 책은 가장 먼저 사라질 물건으로 뽑혔다. 나도 그 논리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이상하게도 아직도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으면 종이 책을 사서 읽는다. 나같은 사람이 많아서인지 아직도 종이 책은 디지털이 대체하지 못했다.

종이 책은 ebook이 절대로 대신 할 수 없는 역할이 있다. 그 중 나에게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건 ‘책장에 꽂아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인테리어 용도 역할도 하지만 나한테는 그보다 실질적인 의미가 있다. 책장은 내 생각의 흐름과 경험을 한 눈에 펼쳐서 볼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시각화 도구다. 나는 책장에 내가 읽었던 책들과 읽고 싶어서 사둔 책을 나만의 인덱싱으로 꽂아둔다. 생각이 많을 때 그걸 한 발짝 떨어져서 지켜보면 생각을 정리하기가 좋다. 그리고 예전에 덮어뒀던 책을 다시 꺼내어서 읽고, 내 생각을 다시 한 번 짚어볼 수 있다. 또 종종 내 상황에 따라서 인덱싱을 바꾸어 다시 꼽아 둔다.

이런 이유로 넓지 않은 집에 혼자 살면서도 커다란 책장을 집 한 켠에 두었으며, 나중에는 나만의 서재와 책방을 가지고 싶다는 자그마한 꿈도 있다. 그만큼 나는 책이라는 물성에 대해서 진심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본 사람이라면 ‘펜시브’라는 물건을 알 것이다. 덤블도어 교수 방에 있는 물건으로, 자신의 기억을 담아두고 다시 꺼내볼 수 있는 마법 물건이다. 내게 책장은 펜시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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